매일 200개국서 100만명, 우리 카지노로 놀러오죠
“소셜 카지노 게임은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다.” 클라우딩 컴퓨팅 관련 사업을 하는 이노그리드는 한 직원의 제안으로 소셜 카지노 게임을 제작하는 사내 벤처를 세웠다. 수개월 간의 연구개발 끝에 게임이 완성됐다. 하지만 이노그리드는 잘될지 안될지 모르는 게임 개발에 계속 지원하는 것이 부담이 됐다. 결국 해당 직원에게 독립을 제안했다.
2012년 5월, 이 직원은 아내의 도움으로 마련한 8000만원에 퇴직금을 더해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다. 몇 개월 버티지 못하는 자금이었다. 죽기 살기로 일했다. 회사에 야전침대를 놓고 하루에 2~3시간씩 자면서 일했다. 한국에선 낯설고 흔하지 않은 게임 장르지만, 소셜 카지노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아이템이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셜 카지노 게임은 다른 어떤 게임보다 캐쉬 카우(cash-cow)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맞았다. 창업 3년 6개월 만에 ‘벤처천억기업’(매출 기준)에 이름을 올린 더블유게임즈(DOUBLEU GAMES) 김가람(39) 대표의 이야기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2015년 기준 벤처천억기업 474개사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창업 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데 평균 17.4년이 소요된다. 더블유게임즈는 3년 6개월 만에 이를 달성했다. 성장세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임페리얼팰리스서울호텔에서 열린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에 참석한 원용준 더블유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더블유카지노’ 덕분에 더블유게임즈가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더블유카지노’는 페이스북 같은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카지노 게임이다. 오프라인 카지노를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에선 소셜 카지노 게임이 도박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소셜 카지노 게임이 소셜 게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6월 현재 ‘페이스북 Top 30 게임’ 중 16개(53%)가 소셜 카지노 게임이다. 이 중 더블유카지노가 4위를 차지했다.
원용준 CFO는 “한국인이 심심하면 모바일 고스톱을 하는 것처럼, 북미나 유럽인은 소셜 카지노 게임을 일상에서 즐긴다”면서 “더블유카지노는 게임머니 환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 레저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셜 카지노 게임이 인기를 끄는 것은 오프라인 카지노에 가지 않고 PC나 모바일로 카지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더블유카지노는 한국을 제외한 200여 개 국가에 서비스되고 있다. 하루 사용자만 100만명에 달하고, 누적 다운로드는 2000만 건을 넘어섰다. ‘2013년 올해의 페이스북 게임(Facebook Games of the Year 2013)’으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더블유카지노는 이용 불가다. 원 CFO는 “소셜 카지노가 북미에서 시작했고 시장도 크기 때문에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에선 심한 경쟁과 규제 때문에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 당분간 한국 서비스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전 세계 온라인 카지노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4조원 정도. 소셜 카지노 게임 시장을 연 것은 오프라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카지노·호텔 그룹 시저스엔터테인먼트나 슬롯을 직접 제작하는 대기업들이었다. 이들은 대규모 자본을 무기로 소셜 카지노 게임 시장을 장악했다.
더블유게임즈는 2012년 초반에 소셜 카지노 게임 시장에 뛰어든 후발 주자였지만 급성장을 이뤄냈다. 현재 소셜 카지노 게임 시장에서 3.5~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더블유게임즈의 매출은 1224억원이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원 CFO는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이 임직원 200명도 안되는 회사가 어떻게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는 지 궁금해 할 정도”라며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던 것은 기술력과 집요함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블유카지노가 해외 사용자의 인기를 끈 이유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게임장을 3D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더블유카지노를 이용하는 유저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시에서 카지노 호텔을 선택한 후 호텔 로비에 입장한다. 이후 슬롯 게임을 즐기게 된다. 현실에서 카지노를 즐기는 것과 똑같은 동선으로 꾸며져 현실감을 더했다. 멤버십도 도입했고, 할로윈데이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미국식 이벤트를 마련한 것도 사용자의 호평을 받았다.
사용자의 피드백에 대해 발빠르게 대처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더블유게임즈는 2주마다 카지노 슬롯을 바꿨다. 원 CFO는 “유저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이 슬롯이다. 다양한 컨셉트의 슬롯을 빨리 출시해서 사용자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개발자 중심의 벤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8월 현재 더블유게임즈 임직원은 140여 명, 이중 개발자만 130명이 넘는다. 개발자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개발자가 많아서 그런지,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는 게 우리의 문화”라며 원 CFO는 웃었다.
올해 더블유게임즈는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블유 빙고에 이어 신작 소셜 카지노 게임 ‘테이크5(Take5)를 선보였다. 페이스북에서 많은 라인업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올해 동남아 도전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한국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큰 목표다. “지난 5월 디에이트게임즈라는 스타트업의 지분 50.7%를 1억원에 인수했다. 다양한 사용자들의 입맛을 맞추려면 다양한 라인업이 필요하고,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이라면 언제든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원 CFO는 말했다.